내 몸은 내가 치료한다. 13. 한의학이란?
동양의학은 유불선이 어우러진 의학체계이기 때문에, 조선시대 선비들은 대부분 기본적으로 한의학 공부를 하였고 동네 의원 역할을 했다. 선비 중에 특히 의술에 조예가 깊었던 분들을 ‘유의(儒醫)’, 즉 선비 의사라고 하는데, 다산 정약용, 고산 윤선도, 성호 이익 선생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필자는 운 좋게도 약관의 나이에 사서삼경과 노자와 장자를 공부하였고, 이후 정공법사로부터 금강경을 사사하였으며, 불혹의 나이부터 중의학에 매진하고 있다.
동양의학이 지닌 사고체계, 패러다임을 필자는 세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천인합일(天人合一)의 사상이다.
인간을 하나의 독립된 소우주라고 여겨 인체의 생리, 병리 기전을 자연현상으로 설명한다. 머리는 하늘, 몸통은 사람, 팔다리는 땅에 대비시켰다. 동양학에서 7이라는 숫자는 하늘을 뜻하는데, 사람의 머리에 구멍이 일곱 개 있는 것은 사람의 얼굴은 하늘에 속한다고 해석한다. 얼굴에서도 다시 이마는 하늘(天),코까지는 땅(地),그 밑은 사람(人)으로 보았다. 갈비뼈가 좌우 합해서 24개 인 것은24절기에 대비했고, 진맥은 촌관척 세 부분으로 보는데, 그것도 천지인(天地人)을 보기 위함이다. 생명체의 독자성을 창조하고 유지하는 유전자중 단백질을 만드는 암호인 코든(Codon)은 64개의 경우의 수로 설계되어있는데, 이는 역학의64괘와 정확히 일치한다. 산과 하천 그리고 대기의 흐름이 있듯이 몸에는 경락과 기의 흐름이 있다고 본다. 동양의학은 가급적 인위적인 처치를 배제하고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데 중점을 둔다.
둘째, 동양의학의 궁극적인 도달 점은 진인(真人)이 되는 것이다. 진인이란 나고 죽음이 없는 자연과 완전히 하나가 된 존재로, 육신(精)을 양생하여 기(氣)를 닦고, 기를 닦아 신(神)을 자각하고,마지막에는 비움(虛)을 이루는 것이다. 즉, 완전히 사심(利己心)이 사라진 상태에 머무는 것이다. 기독교의 완전한 사람이 되는 것, 불교의 성불하는 것, 유학의 견성 등과 같은 의미일 것이다. 동양의학은 의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본질을 추구한다.
셋째, 동양의학은 역학(易学)을 바탕으로 한 음양오행론(阴阳五行论)이다. 동양의학은 생명의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진단, 처방, 방제, 약리, 침구,생리, 병리 모두가 음양학과 오행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양의학은 천문, 인사, 지리를 하나로 꿰뚫어 보는 혜안을 필요로 하는데, 우리가 사는 이유와 그대로 부합한다.
낮은 마음 한의원 원장 김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