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내가 치료한다. 27. 마음에서의 양생. 하나.
김상용 시인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라는 시구는 “왜 사냐건 웃지요”로 마무리지었지만, 필자는 오랜 시간 왜 사느냐는 질문을 달고 살아왔다. 필자는 노인 병동에서의 인턴 시절, 친분이 쌓여가던 분들의 주검을 대하며, 깊은 충격에 빠졌었다. 죽고 사는 것에 대해 나름의 정의를 내리지 못하면 환자를 볼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필자는 한편으론 성경과 금강경, 도덕경을 탐독하며 비교 정리하고 다른 한편으론 깊은 호흡을 통한 명상과 기수련에 집중하였다.
마침내 바이블과 경서에 대한 묵상과 비교분석을 끝내고 나름의 정의를 내리며, “이제는 더 이상 이론에 빠지지 않겠다” 라며 중의학의 바이블인 황제내경의 책장을 덮어버린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계속된 명상을 통해 마침내 어느 날 아침, 이기심에 찌들고 의무감에 지쳐버린 나를 털어내 버리고 아무런 사심 없는 지극히 평화롭고 인자한 에너지의 존재가 되어 대우주와 혼연일체가 된 큰 나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 이후로도 현실로 돌아오면 다시금 형편없는 이기적인 존재가 되었지만, 달라진 것은 그러한 형편없는 내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흰색과 녹색이 각각 6개월씩인 도시, 위니펙에서 다시 한번 진리를 가다듬어 본다. “본디 삶과 죽음은 없는 것, 물질의 세계는 단지 뭉쳤다가 흩어짐이 반복되는 것에 불과한 것이므로 물질적인 것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 소중한 것은 이번 생의 수련을 통해 좀 더 나은 영적 존재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다음은 황제내경중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이다.
염담허무, 진기종지, 정신내수, 병안종래(恬淡虚无, 真气从之, 精神内守, 病安从来). 마음을 담담히 하여 욕망을 비우면 참다운 기운이 따르게 되어 몸과 맘이 평안하니 어찌 병이 생기겠는가?
낮은 마음 한의원 원장 김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