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한의학의 원리. 16. 염담허무(恬淡虚无)
한의학에서 최고의 정신적 육체적 수양의 단계를 염담허무(恬淡虛無)라고 한다. 이는 황제내경 제1편 상고천진론에서 언급된다. “욕심을 내려놓으면 집착함이 사라져서 마음은 지극히 고요하고 평안해지고 몸에는 본래의 생명력이 그득하게 된다. 이리하면 내적으로 몸과 맘이 잘 다스려지니, 어찌 병이 생기겠는가? (恬淡虛無,真氣從之,精神內守,病安從來)”
마음에 욕심이 사라지면, 기와 혈의 흐름이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면서 흐른다(순기자연,順其自然). 그래서 기와 혈이 잘 통하면 아프지 않고, 잘 통하지 못하면 아프다(통즉불통 불통즉통, 通則不痛 不通則痛)라고 병이 생기는 원인을 설명한다.
과학문명의 발달에 따른 물질의 풍요는 분명 인간에게 많은 편리함을 제공한다. 하지만, 더 나은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자 하는 욕심과 경쟁은 수많은 사회적 병폐를 양산하고 자연의 순리에 역행하는 삶을 조장한다. 병원의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진단에 필요한 도구는 더욱 정교하게 개발되지만, 발병률은 오히려 증가일로에 있고, 삶의 질은 더욱 피폐해지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병원에 가서 검사하고 의사의 처방에 의지하는 것이 최고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전혀 욕심을 부리지 않고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아주 가끔씩이라도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고 지나치게 몸을 혹사시키지 않으며 가공식품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몸은 알아서 자연의 흐름에 맞추어 강력한 회복력을 발휘한다. 어딘가가 불편하다면, 마음의 욕심과 하던 일을 내려놓고 몸을 가장 편안한 자세로 정좌하고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들숨과 날숨에만 집중해보자. 모든 생명체는 호흡을 한다. 내 맘과 몸이 오롯이 호흡에만 집중하는 시간이 지속되면 우리는 호흡이라는 공통된 세계로 들어가 대자연과 비로소 하나가 됨을 느낀다.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생명력은 극대화되고 웬만한 불편함은 치유가 된다.
그간 총 50회에 걸쳐 물질과 마음은 하나, 내 몸은 내가 치료한다 그리고 한의학의 치료원리 등 세 부분으로 나누어서 양한방의 개념을 최대한 통합하여 나름의 소견을 언급하였습니다. 약과 의사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기보단 우리가 지닌 자연치유력에 대해 이해하고 그것을 최대한 활용하여 몸과 맘이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낮은 마음 한의원 원장 김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