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한의학의 원리. 9. 음양. 陰陽 2

43. 한의학의 원리. 9. 음양. 陰陽 2

음양이란 고대인들이 자연을 관찰하여 드러난 서로 대립되면서 동시에 상호 보완하는 자연현상을 일컫는다. 예를 들면, 하늘과 땅, 해와 달, 낮과 밤, 여름과 겨울, 남자와 여자, 위와 아래, 불과 물, 삶과 죽음 등이다. 상대적인 개념이나 현상이 없다면 현상계는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 예들 들면, 하늘만 있고 땅이 없다면? 여자만 있고 남자가 없다면? 삶만 있고 죽음이 없다면? 이렇게 철학적 사유방식으로 음양이라는 개념이 도출되었다.

한의학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진단의 방법으로 팔강변증(八綱辨證)을 제시하는데 그중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이 바로 음양이다. 예를 들어, 감기에 걸린 경우 첫 번째 진단은 크게 나누어 이것이 추운 감기인가 아니면 더운 감기인가를 판단하는 일이다.

추운 감기의 특징은 오슬오슬 추우면서 열이 나고 머리와 전신이 아프고, 코막힘, 재채기, 기침, 맑은 콧물, 맑은 가래가 보일 수 있다. 추운 것을 싫어하여 따뜻하게 해주면 편안함을 느낀다. 맥을 집어보면 뜬맥이 잡힌다.

더운 감기는 목이 따갑고 아픈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입이 마르고 물을 마시려고 한다. 콧물은 탁하고 누런 가래가 보이며 땀을 많이 흘리며, 변비가 있을 수 있다. 추운 감기는 음, 더운 감기는 양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렇게 음양으로 기초적 진단이 내려지면, 처방 역시 그에 따라 달라진다.

추운 감기인 경우, 다시 땀이 나는지의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데, 땀이 나는 경우의 대표적인 처방은 계지탕(桂枝湯)이나 갈근탕 (葛根湯)이다.

계지탕의 표준 처방은 다음과 같다. 계자(桂子) 10g, 백작약(白芍) 10g, 감초(炙甘草) 6g, 생강(生薑) 3쪽, 대추(大棗) 6알. 만약에 뼛속까지 추위가 느껴진다면 계피(肉桂) 10g을 추가한다. 우리가 흔히 복용하는 생강차는 이 중에서 식품으로 사용되는 즉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식재료를 이용한 것이다.

널리 알려진 쌍화탕은 음을 보하는 사물탕과 양을 보하는 황기건중탕을 합방한 것으로 기력이 쇠한 감기의 경우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렇듯 그 병세가 피부에 있는지 아니면 내부 즉 폐나 위장에 있는지 그리고 환자가 건강한지 아니면 허약한 체질인지까지 고려하여 진단하고 처방을 하는데, 그 모든 것이 바로 음양의 상태를 판단하고 처방하는 것이다. 침 치료의 경우에도 한약 처방과 동일하게 진단과 처방이 이루어진다.

생명의 운동이 자연계와 동일하게 음양의 기운으로 이루어진다고 보고 음양을 잣대로 하여 진단하고 처방하는 한의학이 감기 하면 무슨 약 하는 것보단 훨씬 더 인간 존중적이고 과학적인 처방이 아닐까? 중국에서는 실제로 많은 감기환자들이 한방병원을 찾아 본인에게 알맞은 한약이나 침 처방을 받는다.

낮은 마음 한의원 원장 김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