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한의학의 원리. 13. 조기치신. 調氣治神

47. 한의학의 원리. 13. 조기치신. 調氣治神

침술의 원리를 황제내경에서는 한마디로 조기치신(調氣治神)이라고 한다. 기를 조절하여 신을 치료한다라는 말이다. 기(氣)라는 글자 안에 쌀 미(米) 자가 들어 있는데, 이는 사방팔방이라는 방향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사방팔방으로 끊임없이 흘러 다니는 기는 자연 그대로일 때 가장 그 흐름이 조화롭고 활발한데, 여기에 자연스럽지 않은 즉 인위적인 무언가가 개입되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되어 병이 생기게 된다. 침술은 그 자연스럽지 않은 흐름을 원래대로 바로잡아 마음을 편안히 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침을 놓기 전에 반드시 맥을 보아야 하는 이유는 맥을 통해 기혈 및 장부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의 발전에 따라 현대 의학에서는 침술의 기전을 신경내분비계(neuroendocrine system)를 자극하여 인체가 지니고 있는 엔돌핀과 세라토닌 등 천연 치료물질인 호르몬을 분비하여 고통을 줄이고 자연치료를 도모한다고 설명한다. 필자는 이런 설명에 대해 공감하지만, 이는 다분히 기계적인 서양적 사고방식의 한계라고 본다. 한방에서는 각각의 경혈 또는 장부별로 나름의 신이 있다고 본다. 간은 성냄, 심장은 즐거움, 폐는 슬픔, 비장은 근심, 신장은 두려움의 기운이 깃든 신이 있다고 본다. 마음이 편해야 몸이 건강해지고, 모든 병은 마음에서 온다는 말은 오장육부의 신이 편안해져야 건강해진다는 것에 기반을 둔 말이다.

몇십 년 묵은 편두통이 침 몇 개로 일순간에 사라지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 과연 조기치신이라는 표현이 얼마나 간략하면서도 정확한 표현인지를 실감한다.

민족의 명절인 설을 앞두고 오랜만에 남북이 하나가 되어 올림픽을 치루는 모습에서 자연스러운 형제애를 느끼고, 자연스레 흘러내리는 눈물은 60년 묵은 분단이라는 질병을 낫게 해주는 어떤 약이나 침과도 바꿀 수 없는 치료제인 것 같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낮은 마음 한의원 원장 김진만